ABOUT ME

-

Today
-
Yesterday
-
Total
-
  • [소라게] 살아남은 근황
    Pet friends 2022. 12. 14. 19:51

    우리 집 소라게의 생존 신고를 한다. 아직 잘 살아 있음에 고맙고도 기특한 매일이다.

     

    살아있어 줘서, 고맙다.

    매일 아침 눈을 뜨면 하게 되는 일 중에 애들 등원, 등교 말고도 하나가 더 생겼다. 세 아이, 한 마리의 멍멍이 말고도 새로 들어온 뉴비의 생존 확인이다. 아침마다 두근거리는 마음을 감출 수가 없다. 죽었니, 살았니?

     

    스트레스를 받을까봐 최소 생존 시그널만 확인하는데, 오늘은 숨숨집이 뒤엎어져 있고 숨숨집에서 잠자던 소라게가 밖에 굴을 판 걸 보니 손을 대거나 다른 자극을 주지 않아도 살아 있음을 알 수 있었다. 휴- 다행이다.

     

    소라게의 수명은 자연에선 30년, 사육 환경에 따라 최대 10년이라지만 우리 집 소라게의 수명은 누가 장담해줄 수 있을까?

    이제야 4주 차에 들어선 우리집 소라게. 어떤 가정에서는 두 달만에도 소라게가 먼 길을 떠났다는 글도 봤고, 본디 우리나라 환경과는 안 맞는 곳에서 사는 인도 소라게라 추운 겨울이 한참인 한국에서 10년을 살 수 있을까 싶다.

     

    불안한 마음에 주절 주절 부정적인 생각을 쏟아낼 뻔했지만, 다시 정신을 차리고 우리 집 소라게가 살아 있음에 집중해보자. 소라게가 먹이를 아주 조금 먹는다는 건 실제 관찰 결과 사실로 밝힌다. 진짜, 아주 진짜 조금 먹는다.

     

    최근 소라게 집의 내부 모습.
    숨숨집 안에서 휴식 중인 소라게.

     

     

    별명이 스캐빈저라면서 음식도 가려 먹는다. 썩은 시체도 먹어야 되는거 아닌가 싶지만, 아주 곱고 깨끗하게 갈린 코코넛을 제일 좋아한다. 다음번에 마트에 가서 생 코코넛이라도 발견하면 사다 먹여야겠다. 보니까, 소라게용 젤리는 집게도 안 댄다. 인스턴트에 의존해보고 싶은 내 마음을 알아차린 것 같다. 내가 편한 꼴을 우리 집 짐승들은 두고 보지 못한다.

     

     

    소라게의 이름은 타마토아였다.

    우리집에 들어온 인도 소라게의 이름을 '타마토아'로 지었었다. 과거형이 된 이유는 이름을 지어 준 의미가 없어서 요샌 그냥 '소라게'라 부르기 때문이다. 진짜, 이름에 의미가 없어.

     

    타마토아나 뭔가 이름을 지어서 붙이면 정이 생길 거라 생각했는데, 이름을 붙여도 매일 아침의 시작이 스릴 넘치는 생존 확인이다 보니 그저 소라게로 부르는 게 편해져 버렸다. 나중에 혹시라도 다시 이름을 붙여준다면, '도살자'나 '잉어킹' 뭐 그런 어쩐지 쎄 보이고 막 잘 먹을 것 같은 이름으로 지어줘야겠다.

     

    728x90

     

    막 쎄보이고 어쩐지 잘 먹을 것 같은 캐릭터로는 타마토아가 최고이긴 한데, 입에 착! 감기는 이름은 아니다. 네 글자라 길어서 그런가 하고 생각해본다. 두 글자 이름으로도 생각해봐야겠지만, 어쨌든 지금은 그냥 '소라게'로 정했다.

     

    소라게는 삶에 관심이 없어 보이는 듯 굉장한 생명력으로 매일 매일을 살아가고 있다. 내가 보면 매일 20시간 이상을 자고, 나머지 4시간을 움직이는 것 같은데 4시간의 관찰 기록이 없으니 어떤 생활을 하는지는 모른다.

     

    다만, 살아 있고 내가 그걸 다행으로 여기고 있다는게 중요하다. 정은 안 들지만, 그래도 얘가 죽으면 너무 안타까울 것 같다. 생명에 대한 책임이란 너무 무겁고도 무서운 것이란 걸, 새삼 깨닫는다.

     

    숨숨집의 구석에 숨어있는 소라게.
    숨숨집 구석에 숨어 있어서 선명한 사진을 찍기가 어려웠다.

     

     

    부쩍 추워진 날씨에 소라게가 추울까봐 보일러 온도를 올리고 물은 더 많이 뿌려준다. 이불을 덮어주는데 아무래도 난방에 관련된 용품을 사야 될까 고민도 해보고 핫팩을 쓰면 얘가 너무 뜨거우려나 싶어서 숨숨집 위에다가 핫팩을 올려줘 볼까 잔머리도 굴려본다.

     

    웬디는 한 마리라서 소라게가 더 안움직이는 거 아니냐며 한 마리를 더 키워보자고 제안했지만, 아니 나는 우선 '죽을까' 무서운 두려움이 먼저라 그럴 생각이 없다고 거절했다. 오우, 한 마리의 생존 확인으로도 벅차요!

     

    내일도 펼쳐질 아침의 의식은 스릴러와 드라마의 그 사이를 아슬아슬하게 넘나들 테지만, 그래도 내일만은 스릴러가 아니길 바라본다.


    ▼ 소라게씨의 이야기들 ▼

    놀이 사다리 만들기, DIY

    은근하게 즐기는 야행!

    추가 아이템 장착!

    얼굴 보기 힘든 소라게

    타마토아의 숨숨집

    타마토아 사라지다!

    본격! 소라게 키우기

    우리 집에 온 걸 환영해, 타마토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