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령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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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려동물-김박사는 기분이 좋아Pet friends 2023. 2. 19. 09:00
날씨가 좋은 날, 가볍게 위생 미용을 마치고 간식 하나를 얻어낸 김박사는 기분이 좋다. 개인지, 사람인지. 우리 집 김박사는 이제 13살, 그냥 사람이다. 말만 못 하는 털북숭이 어린아이 와도 같다. 혼나면 울기도 하고 삐치기도 하고, 기분이 좋으면 눈누난나 뛰어다니기도 한다. 모든 행동에서 티 없이 맑은 영혼을 느낄 수 있다. '당신네 개가 사람처럼 행동하는 건, 사람 처럼 대해주기 때문이다.'라는 말을 읽은 적이 있다. 김박사가 사람 같은 건 그만큼 사람다운 대우를 받았다는 이야기 같아서, 마음 편한 말이었다. 반려동물을 오래 키우다 보면 그 녀석들의 표정만 봐도 기분이 좋은지 나쁜지 알 수 있는 순간이 찾아온다. 오늘의 김박사 기분은 '매우 좋음'이다. 몇 번의 시도 끝에 얻어낸 나의 빠른 미용 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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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 내리는 하루 - 아침편Life Hacks/알쓸신잡 2022. 12. 15. 22:18
눈 소식이 요란하더니, 진짜 눈이 내린다. 아침부터 요란스럽게도 쏟아지는 눈을 맞으며 큰아이 등굣길 배웅을 다녀오니 문을 열고 들어선 집안의 온기가 새삼스럽다. 우리 집이 이렇게 따뜻했나 싶은 생각이 들어. 눈이 오는 날 아니면 내린 눈이 소복이 쌓인 날은, 쌓인 눈이 생동하는 모든 소리를 잡아먹은 것처럼 온 세상이 조용하다. 이따금 들려오는 소리도 이불속에서 내지른 소리처럼 선명하지 않다. 그리고 온통 회색 아니면 하얀색으로 덮인 풍경은 그 색깔만큼이나 하루가 단조롭길 바라는 게으름이 밀려온다. 외투는 대충 털어 걸어 놓고, 멍하니 소파에 앉았다. 집이 바깥 풍경의 색에 물들었는지 더불어 우중충하다. 흐린 하늘 같은 거실 한가운데로 갈색 털 뭉치 한 마리가 걸어온다. 요란한 꼬르륵 소리를 내며 걸어오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