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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엄마 말고, 다른 거
    Life Hacks/알쓸신잡 2023. 1. 5. 18:35

    엄마 말고, 다른 거 그림.
    CLIP STUDIO / 유화 / Oddsundry



    새해가 되자 엄마 말고 다른 게 하고 싶어졌다. 아니, 늘 그랬다. 엄마도 하고, 다른 것도 하고 싶은데 엄마가 본업이니까 다른 일은 쉽게 시작할 수 없는 상황이다. 핑계겠지만 집안일과 육아의 90%는 내가 해야 하고 내심 본업이 적성에 딱이다.

    그럼에도 늘 다른 게 하고 싶다. 그래서 글도 쓰고 그림도 그리고 만들기도 하고 끊임없이 하루를 쪼개가며 살고 있다. 이것저것 하는 게 많아지니, 잘하고 싶은 욕심도 늘었다. 글도 '잘' 쓰고 싶고, 그림도 '잘' 그리고 싶고, 스케이트 보드도 '잘' 타고 싶다. 전부 다 잘하는 것이 전자레인지에 넣은 3분 요리처럼 간단치 않다는 건, 나도 안다.

    엄마 말고 다른 걸 한다면 나는 뭘 하고 싶은 걸까? 당장 선택하라면 여러 가지 호화스러운 조건이 주어지는 가정 아래(어차피 상상이니까) 작업실을 차리고 싶다. 돈이 목적이 아닌 순수한 내 공간. 오픈되어 있어서 여러 사람들이 볼 수 있고, 누구나 오갈 수 있는 그런 공간을 가지고 싶다. 여러 사람들의 이야기도 듣고, 개인 작가들이나 엄마이기 전 가졌던 직업에 대해 알려줄 수 있는 사람들의 강의를 내 공간에서 펼치게 하고 싶다.

    커피는 네스프레소 캡슐 커피로만 준비해 두고, 원하는 만큼 마시되 잔당 1000원 정도는 받아야겠다. 그래야 또 채워 놓을 수 있으니까. 누구나 와서 책도 읽고 그림도 그리고 자수도, 뜨개질도 할 수 있는 공간이면 더 좋겠다.

    서로서로 배우고, 가르치고 그렇게 여느 사랑방 같은 곳이되 존댓말과 서로에 대한 존중이 넘치는 곳이 내가 머물 작업실이면 한다. 이게 작업실이 맞나?

    작업실의 주인인 나는 글을 쓰거나 그림을 그릴 것이다. 가끔 얻어 배운 실팔찌를 만들어 팔기도 하고, 찾는 사람이 있다면 수예 용품도 조금 팔고 주로 내 그림을 이용한 굿즈도 팔고 싶다.

    다시 말하지만 '여러 가지 호화스러운 조건'이 다른 현실적인 문제를 해결해 줬을 때 만들 수 있는 나만의 이상적인 공간임을 알린다. 즐거운 상상이지만, 세세히 말하지 않아도 현실은 쉽지 않다.

    현실적인 부분을 뛰어넘어 굳이 저런 공간을 만들고자 한다면, 블로그나 개인 웹사이트가 그런 공간이 될 수 있을 것 같다.
    새해가 되어하는 무작정 밝고 희망찬 생각이 아니라 사실 그렇지 않나? 블로그는 현실이지만 가상에 공간이 있는 것이므로 딱히 가겟세를 내지 않아도 되는 아주 큰 이점이 있다. 더불어 여러 사람을 만날 수 있는 확률이 훨씬 높다. 시간과 공간의 제약 없이 말이다.

    작년에라도 블로그를 시작하게 된 것은 몇 안 되는 잘한 일 중 하나이다. 나는 이 공간을 잘 가꿔서, 바깥세상으로 이어지게 만드는 것 까지를 목표로 설정했다. 제일 큰 어려움인 게으름만 잘 견뎌내면 이 블로그는 살아남아 여러 가지 호화스러운 조건을 갖춘 작업실이 오프라인 세상에 실물로 존재하게끔 해줄 것이다.

    2023년이 되었다. 별 감흥은 없다. 12라는 숫자에서 1로 바뀐 달력의 숫자가 다시 해볼 수 있는 기회라 느껴져 든든해졌을 뿐이다. 하지만 어째서인지 가슴이 두근거린다. 오늘을 잘 살고 싶어 진다. 엄마 말고, 다른 걸 나도 해 볼 수 있을 것만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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