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OUT ME

-

Today
-
Yesterday
-
Total
-
  • 크리스마스 환상 준비 방법 3가지.
    Life Hacks/알쓸신잡 2022. 12. 22. 23:56

    곧 크리스마스라, 엄마이자 아빠인 한국 지부의 꼬마엘프들은 생각이 많아진다. 몹시 바쁜 산타할아버지를 대신하여 해야 될 일이 많은데, 그중 '동심 지키기'는 매 해 난이도가 상향되어 어려운 임무로 꼽힌다. 2022년도 12월도 다르지 않다.

    나는 9살, 7살이 된 딸과 쌍둥이 아들들을 위해 어른이 된 지금도 산타는 있다고 믿는다. 내가 먼저 믿어야 아이들에게도 리얼한 산타에 대해 설명해줄 수 있으며, 믿어야 존재하는 것도 있으니 이유 없이 믿는다. 아니 믿는 척, 혹은 같이 일하는 척도 한다.

    이제 9살 된 딸은 산타는 이미 없다고 생각할지도 모를 나이지만 생각보다 매 해 풀어놓은 스토리가 탄탄했는지 아직은 산타의 존재를 믿고 있다. 내가 만들어 놓은 스토리는 생각보다 단순한데 오랜 기간 쌓아와서 비교적 신뢰가 두터운 편이다. 내 방법은 이렇다.

     

    1. '아더 크리스마스'를 보여준다.

    애니메이션 '아더 크리스마스'라고 있다. 산타클로스 가문 3대가 함께 크리스마스에 선물을 배달하는 내용인데, 아주 커다랗고 빨리 날 수 있는 비행선과 수 천의 엘프들이 등장한다. 나는 이 커다랗고 빠른 비행선과 수 천의 엘프들에 대해 딸아이가 3살 무렵 설명해 주며, 함께 애니메이션을 봤다.

    동생들이 태어나고서는 동생들도 같이 봤다. 그래서 우리 집 어린이들에게 아더 크리스마스는 동물원에 있는 '진짜' 사자나 코끼리처럼 산타할아버지의 삶을 담은 다큐멘터리라 생각한다.

    크리스마스가 다가오면 받고 싶은 선물을 적어 트리에 걸며 이야기를 나눈다. 애니메이션 내용처럼 가끔은 선물 전달 실수가 일어난다는 것도 알려주고, 산타는 혼자 일하지 않으며 때때로 부탁도 한다고 없는 내용도 덧붙인다.

    없는 내용 중엔 택배 기사님들이 크리스마스가 다가오면 산타의 일을 돕기도 하며, 때론 엄마나 아빠에게 편지 혹은 이메일을 보내 산타 대신 선물을 전달해주길 부탁하기도 한다는 디테일함도 잊지 않는다.

     

    2. 핀란드 산타마을 홈페이지를 구경시켜 준다.

    우리 집 어린이들이 어느 정도 자라서는 질문이 많아졌다. 산타는 어디 사는지, 몇 살인지, 어떻게 그렇게 오래 사는지, 엘프는 있는지, 요정이 왜 산타랑 있는지, 순록은 진짜 하늘을 나는지 등 현실을 알고 싶어 하는 질문 말이다.

    그럴 때면, 사실(?)을 말해준다. 제일 처음의 산타는 이미 죽었고, 지금은 몇 번째 산타인지 자세히는 모르지만 나이가 들면 힘드니까 산타도 은퇴한다고. 엘프도 있겠지만 요즘은 엘프와 산타가 함께 뽑은 믿을 만한 착한 어른들이 인간들을 상대하고, 옛날에는 순록이 하늘을 날 수 있게 오로라에서 플라잉 더스트를 뽑아내어 썼었는데 요즘은 환경오염이 심각하고 하늘에 구멍이 나서 할 수 없다고 설명해 준다.

    플라잉 더스트나 엘프 등 이런 있어 보이는 용어를 설명에 섞는 건 대답이 더 환상적인 것처럼 보일 수 있는 팁이니까 기억해 두자. 아이들의 눈이 초롱초롱 해지며, 꽤 오랜 시간 이야기 할 수 있게 되는 점도 덧 붙인다.

    이쯤 되면 너무 애들한테 거짓말만 하는 철없는 어른 같지만 나름 큰 뜻에서 하는 행동이니 같은 어른들끼리는 이해해주도록 하자. 그리고 저 정도 이야기에도 '에이! 거짓말! 산타 마을이 어딨어?'라거나 의심 가득한 아이들에게는 핀란드 산타마을 홈페이지를 보여주면 된다.

    편지도 쓸 수 있고, 답장도 받을 수 있다고 알려주면 의심하던 아이들도 설레어 하기 마련이다. 우리 집 어린이들은 이미 산타에 대한 믿음이 투철해서 보여줄 필요는 없었지만, 주소를 궁금해하길래 보여준 기억이 있다.

     

    728x90

     

    3. 같이 준비하는 크리스마스

    겨울이 되면, 11월쯤 중간쯤부터 트리를 꾸민다. 받고 싶은 선물은 12월 언제까지 알려줘야 엄마가 산타할아버지나 엘프한테 전달할 수 있다고 귀띔도 해둔다. 그러면 아이들은 12월 정해진 날짜까지 매일 즐겁고, 설레기 시작한다.

    약속한 12월의 그 날짜에 가까워지면 다급해하는 아이도 있다. 그걸 지켜보는 것도 몹시 귀엽다. 엄마와 아빠의 선물을 걱정하기도 하는데 우린 어렸을 때 많이 받았고, 이제는 어른이라 어른들끼리 서로 선물하면 되니까 걱정하지 말라고 알려주기도 한다.

    성공적인 크리스마스를 위해서는 이 설렘이 중요하다. 그래야 크리스마스 당일 아침 산타할아버지의 선물이 제 몫을 다하게 된다. 설렘과 작은 믿음이 산타를 영원히 살게 한다. 설렘이 없으면 환상도 없고 산타도 없다.

    사실 나는 올해, 너무나도 어려운 선물 목록을 받았다. 우리 집 9살 어린이는 흔한 남매 6~8권까지의 책을 원했고, 1번 둥이는 아르세우스, 2번 둥이는 노란색 람보르기니 레고를 원했다.

    흔한 남매는 아무리 생각해도 한국책이지만, 한국지부 엘프를 통해 구해서 보내 줄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하고 선물 OK를 해줬다. 1번 둥이의 선물은 포켓 뭐시기, 원하는 캐릭터는 제시간에 올 것 같지도 않고 흥미는 그날로 끝날 것 같아 반려했다.

    대신 고른 선물은 메타몽이었는데, 이건 가능할 것 같다고 해줬다. 2번 둥이의 선물은 우선 승인을 해주며, 원하는 색과 종류의 차종을 산타할아버지나 엘프가 구하지 못하거나 너무 비싸면 다른 걸로 보낼 것 같긴 하다고 말해줬다.

    그러고서 나와 동료인 꼬마 엘프에게 산타의 서필을 요청했다. 이것도 성공을 위한 치밀한 계획의 일부지만 이런 섬세함 하나하나가 아이들의 동심에 새겨질 의문을 치워내 준다. 그래서 꼭 필요한 행동이기도 하다.

    이제 D-3. 이번 주 토요일 자정이 되면 크리스마스다. 올 해도 이 모든 계획이 성공해서, 내년에도 아이들의 입에서 순수한 질문이 나오길 기대해 봐야겠다. 두근두근하다.

    * 아래 편지글은 이번 크리스마스 선물과 포장에 대한 알리바이를 만들고자 적은 편지다. 대략 좋은 아이 포인트를 많이 받았고, 꼬마 엘프들이 코로나에 걸려 일이 많아져서 선물은 엄마한테 미리 보내 포장을 맡겼다는 내용의 글이다.


    크리스마스 산타 편지
    산타할아버지 편지


     

    'Life Hacks > 알쓸신잡' 카테고리의 다른 글

    [씀] 적어두다  (5) 2022.12.24
    Merry Christmas  (3) 2022.12.23
    [씀] 혼자 있는 시간  (0) 2022.12.21
    눈 내리는 하루 - 오후편  (0) 2022.12.16
    눈 내리는 하루 - 아침편  (2) 2022.12.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