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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SKATEBOARD : Daewon Song(대원 송)
    Life Hacks/알쓸신잡 2022. 12. 4. 17:46

    Skate Nerd, 대원 송

    16년도 인터뷰 글에서 발췌한 내용을 제목으로 썼다. 프로의 대열에서 그리고 여전히 전설로 남아있는 그가 본인을 직접 표현한 말이다. 그때 인터뷰에서도 눈을 뜨면 스케이트 비디오를 분석하고, 누가 어떤 스폿에서 무엇을 했는지도 체크하고 하루 온종일 스케이트 보드만 생각한다는 그는 스스로를 'Skate Nerd'가 맞을 거라 말했다.

     

    앞서 포스팅했던 올모스트 라운드 3의 비디오에 로드니 뮬런과 대결 구조를 컨셉으로 멋진 보딩 기술을 선보였던 그가 너드라고 하기엔 너무 과한 처사다. 진짜 너드인 나 같은 사람들은 그냥 울어야지 어쩌겠어.

     

    외모에서부터 풍겨오는 강한 이미지는 그의 고난했던, 강해져야만 했던 과거를 투영한다. 과거에 그가 미국에 정착할 시절은 지금의 미국보다 이민자에게 너그럽지 않았던 것 같다. 그럼에도 그는 멋지게 그것도 우뚝, 미국의 스케이트보드 세계에 한 획을 진하게 그어 내렸다. 그는 '대원 송'이다.

     

    그를 지칭 할 말은 많다. 많지만 그의 이름보다 더 명확히 그를 표현할 단어가 있을까? 무엇보다 '대원 송'을 알기 위해서는 백문이 불여일견이라는 말이 딱 맞다. 로드니 뮬런과는 결을 달리 하는 그의 보딩 기술들은 거칠면서도 노련한 맹수와 닮아있다. 보딩 영상이 여러 말들을 함축해준다. 아니, 설명해준다.

     

    한국의 스케이트보드 씬은 좁다. 내가 생각하기에도 좁다. 요즘은 롱보드다 크루져다 올림픽 공식 종목이다 해서 관심이 좀 늘어난 것 같지만, 말 그대로 '조금'이다. 삶의 수준이 올라가고 나아졌음에도 스케이트보드에 대한 관심보다는 다른 취미들이 더 성행한다. 실제로 돈을 쓸 수 있는 고객층 들이 나이가 많아져서 그런 건가 싶어 아쉬움이 크다.

     

    송대원의 나이는 이제 48살. 곧 50을 바라보는 나이지만 그의 인스타그램을 보니 매일 같이 보딩을 즐기고 있다. 여전히 넘어지고, 여전히 무모하지만 역시나 즐기고 있는 게 느껴진다. 전에 20대 후반쯤 그런 생각을 했었다. 몇 살까지 보드를 탈 수 있을까? 외국은 70대가 돼서도 타는 분들이 종종 발견되던데, 나도 70까지 보드를 탈 수 있을까?라는 생각 말이다.

     

    스케이트보드를 여러해 타고 있는 보더라면 공감할 만한 고민일 것이다. '늙으면 보드 접지.'라는 생각을 전혀 하고 싶지 않기도 하거니와, 재밌어! 보드는 지금도 재밌다고! 가 더 크지 않나 싶다. 내가 죽을 때까지 보드를 타도 지금 알려진 기술들의 10분의 1도 못하고 바이 바이 할 테지만 그래도 즐거운 건 사실이다. 

     

    이런 고민에 대해 송대원은 이렇게 대답했다.

     

     

    VISLA 매거진 인터뷰 중인 대원 송.
    2016년도 VISLA 매거진 인터뷰 중

     

     

    간단히 말해 고민할 시간에 그냥 타!라는 거지. 이건 탕수육 부먹 찍먹을 논 할 시간에 먹으라는 것도 같은 맥락의 말이다. 고민하지 말자. 저렇게 잘 타는 송대원도 오늘도 타고, 내일도 타라는데 내가 뭐라고 고민을 하고 있나 모르겠다.

     

    나이는 누구나 먹는다. 내가 포스팅 하는 보더들도 여전히 시간의 흐름 속에 살고 있다. 살아 있기 때문에 그들은 그들이 즐거울 무언가를 멈추지 않고 하고 있다. 중요한 건 하는 데 있는 거다. 늙는다는 건 서글프지만, 또 받아들이지 못할 일도 아니다.

     

    포스팅 덕에 과거의 영웅들을 찾아보는 요즘은 어쩐지 모르게 가슴 한편이 뜨겁다. 그리고 여전히 멋지게 활동하는 그들의 모습은 왠지 모르게 코 끝이 찡해지는 진한 여운도 가져와 준다. 이 여운 그대로 보드를 타러 나가야겠다. 춥지만, 괜찮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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