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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박사의 겨울 #1
    Pet friends 2022. 12. 2. 10:25

    추운 겨울이 왔다.

    갑자기 추워진 날씨에 가을은 온다 간다 말도 못 하고 쫓겨나버렸다. 아침에 눈을 뜨니 실감 나는 추위에, 겨울이 '자- 아침이야. 그런데 몹시 추워서, 이불속에서 나오려면 큰 용기가 필요할 거야!'라고 말하는 듯하다. 잔뜩 약이 오르지만 어쩔 수 없다는 걸 너무도 잘 알기에 끄응- 소리와 함께 이불을 치워내고 나온다.

     

    으슬으슬 추워지는 몸을 쓰담으며 거실로 나오자 멀리 일인용 소파 위에 잔뜩 웅크린 김박사가 보인다. 작은 방석과 소파 아래 깔린 방석 사이로 햄버거 패티 마냥 끼여있는 김박사를 보고 있자니, 나만 겨울을 실감하는 게 아닌가 보다.

     

    커피 포트의 물이 끓기 시작하자, 세 개의 머그잔에 각 각 보리차 티백을 넣는다. 오늘은 추우니까, 내 머그잔에도 보리차 티백을 넣었다. 물을 붓고, 남은 물은 보온병에 옮겨 닮으며 아이들의 하루 준비를 서두른다.

     

    롱 패딩을 언제 꺼내나 했는데, 그게 오늘이다. 핫팩도 두 개씩 뜯어서, 각자의 호주머니에 넣어 둔다. 김박사는 그때까지도 조금의 움직임도 없이 웅크린 채로 자는 '척'을 한다.

     

    시끌벅적한 아침이 지나가면 그제야 고요함이 찾아 든 집 안의 풍경이 눈에 들어온다. 아침의 소란만큼 온갖 물건들로 어질러진 거실을 보고 있노라면 그제야 일인용 소파 위에서 푸르르 털고 일어나는 김박사.

     

    내가 언제 커피를 마시는지, 아침 먹을 준비는 언제하는지 나 다음으로 제일 잘 알고 있는 게 김박사다. 내 루틴은 거의 비슷하니까, 정답을 찾는 게 어렵진 않겠지만 어쩐지 루틴을 읽힌 것만 같은 날은 순서를 바꿀 때도 있고 일부러 다른 일을 껴 넣을 때도 있다. 당황하는 김박사를 보는 건 아침의 소소한 즐거움이다.

     

    작은 쟁반에 베이글 한 개, 단감 4조각, 커피 한 잔을 가지고 거실 창가에 놓인 테이블 쪽으로 향하니 김박사가 토도도도 빠른 걸음으로 나를 앞서 간다. 안 줄 건데?

     

    김박사와 주인의 대화 모습.
    안 줄거다!

     

    다 먹을 때까지 보채다가 내가 그릇을 치우니 그제야 일인용 소파로 돌아간 김박사는 흐렸던 아침과는 다르게 해가 뜨자 햇빛을 만끽하기 시작한다. 따사로운 햇살은 김박사가 제일 좋아하는 친구다.

     

    아침에 많이 자서 졸려 보이진 않았는데 햇살에는 그것도 안 통하나 보다. 다시금 졸기 시작하는데 저러다 점심 먹을 때쯤 일어나서 또 한 입만 달라며 보채겠지. 귀여우니까 이따가 간식 좀 챙겨줘야겠다.

     

    따스한 햇살에 졸려서 눈이 감겨오는 김박사.
    졸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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