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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반려동물 소라게와 숨바꼭질
    Pet friends 2023. 5. 16. 08:00

    탈피 후 회복이 끝난 듯한 소라게는 요즘 바깥 생활에 흠뻑 취해있다. 이제는 숨어있는것도 아니고, 안 숨어 있는 것도 아닌 상태로 지낸다.

     

     

    탈피, 그리고 새 껍데기

    소라게씨의 탈피는 초보 집사에겐 아주 큰 경험이었다. 나도 소라게를 키울 수 있게다라는 자신감과 어떻게 하면 더 잘 키워낼 수 있을지에 대한 고민을 동시에 가져다 준 귀중한 사건이다.

     

    탈피로 부터 조금 시간이 흐른 지금의 심경은? 도대체 왜 새 껍데기로 갈아입지 않는가에 대한 골똘함이 생겼다. 내가 느끼기엔 지금의 껍데기는 작아보이는데 말이다.

     

     

    새 껍데기를 위하여!

    소라게는 자라면서 더 큰 껍데기를 필요로 한다. 자연 상태의 소라게들에게는 본인의 몸에 꼭! 맞는 껍데기의 양이 부족할 때가 있다. 그래서 껍데기를 차지하기 위해 소라게들끼리의 경쟁도 일어난다고 하지.

     

    소라게의 새로운 껍데기를 차지하기 위한 신경전!
    ⓒBBC, 소라게의 새로운 껍데기를 차지하기 위한 신경전!

     

     

    껍데기를 차지하기 위해서 일어난 경쟁은 싸움 혹은 죽임까지 이어진다. 물론, 피지컬 차이가 크면 소라게 세계에서도 다툼으로 이어지진 않는다.

     

    마동석 사진
    ⓒGoogle, 형이 요만큼 더 크잖아? 비켜야지?

     

     

    왜 갈아입지 않는 걸까?

    이번에 새 껍데기를 갈아입지 않는 소라게에 대한 고민으로 정보를 찾아보다가 재밌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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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라게가 새 껍데기를 찾을 때에는 껍데기 밖으로 나온다. 그리고 몸에 맞는지 새 껍데기의 크기를 가늠한다고 한다. 새 껍데기가 본인의 몸보다 크다면 원래의 껍데기로 돌아가 길게는 8시간 동안 있는다고 한다.

     

    그러는 사이 다른 소라게가 새 껍데기의 크기를 재보고, 안 맞다면 또 다른 소라게를 기다린다. 이렇게 많게는 20여 마리의 소라게가 껍데기 근처에 대기하기도 한다. 새 껍데기를 얻기 위해서!

     

    새 껍데기에 꼭 맞는 몸을 가진 소라게가 와서 새로운 껍데기를 가져가고 자신이 입고 있던 껍데기를 벗고 가면, 크기 순으로 기다리고 있던 소라게가 차례대로 껍데기를 갈아입는다고 한다.

     

    소라게들이 크기 순서대로 새로운 껍데기로 갈아입기 위해 기다리는 모습
    ⓒBBC, 큰 껍데기를 두고 왼쪽이 제일 작은 개체 오른쪽이 제일 큰 개체로 크기 순서대로 껍데기를 갈아입는다.

     

    소라게를 알기 전에는 몰랐던, 소라게의 귀여운 모습이다. "이거 입어!" 하며 줄 것 같은 느낌. 혹은 동생한테 옷을 물려주는 느낌?

     

    생각해보니, 그럼 우리집 소라게씨는 혼자 있어서 갈아입지 않는 걸까? 경쟁이 없고, 줄서는 다른 소라게가 없어서?

     

     

    요즘, 우리집 소라게는?

    요즘의 소라게씨는 성공적인 탈피 후, 바깥 나들이가 잦아졌다. 무엇보다 매일 같은 시간에 소란을 피우는데 그 시간이 밤 11시 30분부터 12시 20분 사이쯤이다. 일부러 시간을 보며 기다려 본 집사의 확신에 찬 고자질이다.

     

    시끄럽다구요, 소라게씨!

     

    전에 냉동 보관해뒀던 코코넛을 아주 좋아하고, 조금이라도 차갑게 주면 먹지도 않는다. 앞으로 도전해야 할 먹이가 있다면, 건조 밀웜과 챔프크랩에서 판매중인 소라게 사료다.

     

    아무튼 소라게씨가 활발해짐과 동시에 바깥 생활이 잦아지다가, 이제는 아예 버로우도 안하고 노숙을 하는 상황이다.

     

    소라 껍데기인 척 숨어있는 소라게.
    우리집 소라게는 어디에 있을까요?

     

     

    나 어디있'게'? 숨바꼭질 중.

    심지어 여러 껍데기 사이에 숨어 본인이 소라게가 아닌 척을 즐기는 중이다. 얼핏보면 소라게씨를 못찾을 정도의 은닉기술에 매일 속는 중이다. 아니, 사실 속아주는 중이기도 하고..ㅋㅋ

     

    소라 껍데기인척 숨어 있는 소라게 모습숨어 있는 소라게를 확대한 사진
    왼쪽= 잘 숨어있는 소라게 모습, 오른쪽=확대해보면 이런 모습의 소라게.

     

    사진으로 보다 시피 자세히 보면 보이기도 하고, 이젠 하도 변화 없이 숨어있어서 그런지 얼핏봐도 저게 소라게씨구나 알게되었다.

     

    소라게와의 생활이 길어질 수록 느끼는 건, 소라게라는 생물 혹은 존재는 반려하기에 쉽기도 어렵기도 하다는 것이다. 모든 동물이 그렇듯, 반려동물은 그 속을 알 수 없어 더 매력이 있는게 아닌가 하고 생각해본다.

     

    _소라게씨 인간계 생존일수 +177일째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