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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새처럼 가벼워 지고 싶다
    Life Hacks/알쓸신잡 2022. 11. 20. 22:56

    부러움+부러움

    운동 잘하는 사람들을 보면 부러움과 동시에 나는 안된다는 좌절감도 함께 밀려온다. 최근에 다시 시작한 스케이트 보드가 그렇다. 다시 시작한 만큼 몸도 마음도 참, 힘들다. 어려운 걸 알고서 하고 있는 운동이지만 정말이지 너무 어렵다. 그런데 또 왜 이리도 재밌는지 모르겠다. 아예 못하는 것 같지도 않아서 포기라는 생각은 마음속 저 깊숙이 넣어둔 지 오래다.

     

    보드를 타다 보면 몸이 가벼운 보더들을 많이 보게 된다. 영상이나 실제로나 잘 타는 보더들은 몸이 굉장히 가볍고, 순발력도 넘사벽이다. 그 가벼움이 실력 향상에 도움이 될까 싶어 내 몸무게를 줄여보기도 했었다. 도움이 되긴 하더라만 그렇다고 아주 더 잘 타게 되지는 않았다.

     

    여느 주말과 같은 별다를 것 없던 토요일. 보드를 타는데 하늘에 기러기떼도 지나가고 참새들도 지나가는게 보였다. 평소에도 야외 운동이라 새들을 자주 만나지만 이날은 새마저도 부러웠다. 최근에 연습하는 킥플립은 정말 안되고 있어서 여전히 '굉장히 가볍고'에 꽂혀 있던 내 생각은 자연스레 하늘을 날아다니는 '가벼운' 존재들로 흘러갔고, 무작정 부러워하기 시작한 거다.

     

    나는 새를 좋아하지도 않는데 그 가벼움과 날렵함만큼은 지금 나에게 꼭 필요한 능력이니까!

     

    이 날도 킥플립은 실패였고 집에 돌아오니 영감이랄까 우습지만 무시하기 싫은 이미지가 머릿속에 맴돌았다. 전에 말했는데 채색에 대한 강박을 벗으니 그리고 싶을 때 그리려는 의지가 생기더라. 내가 할 수 있는 만큼에 맞춰서 그리자 싶으니 프로젝트성 그림들도 우후죽순 생각나고, 그러다보니 그림을 그리고 싶어진 요즘이다.

     

    그래서 그렸다. 완성 후에 다시 그려봐야겠다 싶은 아쉬움도 많이 남지만 어쨌든 그려냈다. 차후 계획을 말하자면, 비슷한 시리즈로 실제 캔버스에 그릴까 한다. 더 잘 그려볼 자신감도 생겼다. 그러려면 앞으로 새나 다른 동물들도 잘 관찰하고 여러 번 그려본 후에 캔버스로 옮겨야겠지. 나는 전문 화가도 아니고 누군가 재촉하는 디자이너도 아니니, 시간은 많다.

     

    천천히, 내 속도로 걸어야겠다.

     

     

    나는 그저, 날지 못하는 새라고 우기고 싶다.

    새는 그리기 어려운 동물이었다. 끄적끄적 대충그리기만 했지 이번처럼 자세히 그려본 건 처음이었다. 색감, 명암, 질감, 모양.. 익숙하지도 않은데 자세히 관찰해본 적도 없는 동물이라 더더욱 어려웠다. 이번 그림도 털이 바보 같다. 새를 그리는 연습을 해야 되겠다는 생각이 많이 들더라. 잘 안 그려져서 나한테 좀 실망스럽기도 했다.

     

    대충 그린 듯한 노란 새.
    끄적끄적 새는 이렇게 그려봤었지.

     

     

    그림을 그리다 보면 답답할 때도 많고 내 기준에 정말 아니다 싶은 것도 많다. 예전에는 혼자 기죽고 짜증내는 걸로 길을 헤맸다면, 요즘은 '예술가는 절대로 굶어 죽지 않는다'의 한 문장을 되뇌인다. '예술가가 해야 할 일은 완벽해지는 것이 아니라 창조하는 것이다.'라는 문장. 이 글은 잘해야 된다라는 부담을 덜어내 준다. '잘한다의 기준'을 내가 내리는 것이 아님을 알려준다. 그래서 지금 해야 될 것을 알려주는 나침반 같은 문장이랄까. 저 문장 말고도 여러 가지 도움이 되는 글이 가득 들어있는 책이라 혹시 예술 혹은 미술, 무언가 창조하는 일을 하시는 분이라면 꼭 읽어보라고 권하고 싶다. 마음이 편해진다.

     

    새는 그리기 어려웠지만 관찰 해야 될 존재가 생겼고, 관찰하고 분석하다 보면 시간이 사라지는 마법을 느낄 수 있었다.

     

    이번 새 그림은 그랬다. 어려워서 허우적거렸는데 어쩐지 즐거워 마치 스케이트 보드로 새로운 기술을 연습하는 것 같았다.

    매번 느끼는 거지만 스케이트 보드는 그림과 닮았다. 노력없이 되는 건 없고 노력도 잘 안 보이지만 결코 노력이 사라지는 건 아니다. '완벽'하진 않지만 어설프게라도 그림을 그려냈다. 두 번째는 더 잘할 수 있을 거라는 자신감도 함께 말이다.

     

    어렵겠지만 다음번 그림도 그려내고야 말겠어!

     

     

    상체는 파랑새, 하체는 사람이 스케이트 보드를 들고 있는 색연필화.
    CLIP STUDIO / 샤프펜슬 / 오드선드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