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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Etsy를 하면서 그렸던 그림 (feat. 우울)
    Life Hacks/알쓸신잡 2022. 11. 17. 22:48

    어려워

    채색에 대한 고민은 아주 오래전부터 있었다. '나는 스케치를 잘하는 사람이야.'라고 스스로를 다독이며 인정한 게 엊그제.

    어려웠다. 그림은 늘 어려웠다. 즐겁기도 했지만, 그 끝은 늘 어려운 존재였다. 그런데 그 어려움엔 끝이 없었다. 내 마음이 어려워 했던 거다. 인정하고 받아들이면 편해진다더니, 꼭 그랬다.

     

    잘 그릴 필요 없지. 남들과 똑같이 할 필요 없지. 완성할 필요 없어. 하고 싶은 만큼만 하자. 안 하고 싶으면 또 멈췄다가, 하고 싶으면 또 하자. 그렇게 천천히 천천히 그려가자. 내가 나를 다독여 줄 필요가 생겼다. 지금껏 못 할 수도 있다는 걸 애써 무시했으니, 이제는 스스로를 인정한 나에게 칭찬할 필요가 생겼다.

     

    과거에 그렸던 그림들을 차분히 둘러봤다. 성격에도 맞지 않던 억지로 그린 그림들, 색을 가득 채워야 한다는 강박이 가득한 그림들, 못 그린 그림들, 나름 잘 그렸다 느껴지는 그림들 등. 생각보다 많이 모여있던 존재들. 무시하기엔 너무 생생하게 남아 있던 그것들은 그때의 기분까지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었다.

     

    스케이트 보드나 그림 그리기나 아주 작지만 층층히 실력이 쌓여서 어느 순간 잘한다 싶을 때가 온다.

    멈추지 않는 걸음의 힘을 믿는다.

     

     

    기다란 물 잔에 등 돌린 사람이 쭈구려 앉은 채로 보글보글 가라 앉아 있는 그림. 노랑색과 파랑색의 대조로 이루어진 색감이다.
    Digital Drawing / 유화 / 오드선드리

     

    예전에 그렸던 우울한 그림이다. 저 그림을 그릴 때, 너무 슬퍼서 눈물컵에 빠졌다는 생각을 했다. 어딘가에 웅크리고 숨 죽여 우는 내 마음을 그리고 싶었다. Etsy를 시작하면서 '팔리는 그림'에 대해 고민하고 그려내던 시절이었다.

     

    결론을 말하자면, 엣시는 실패했다. 그림을 판다는건 쉬운 일이 아니었다. 무엇보다 나는 그때 내가 실력 없음을, 못 그리는 그림을 억지로 그린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쓰디쓰지만 좋은 약이 된 경험이었다.

     

    앞으로의 그림은 모르겠다. 잘 못해도 되는 일이 되었으니, 더 이상한 그림들을 그려내겠지. 단지, 즐길 수 있게 되면 좋겠다.

     

    p.s. 혹시 이 글을 읽고 계신 당신에게

    저는 글도 그림도 어설픈 사람입니다. 그럼에도 여기까지 읽어주셔서 고맙습니다.

    느리게나마 생동하는 모습을 남기겠습니다. 이따금 응원해주세요.